그리움의 볼모인 중얼거림

Posted by on 1월 12, 2019 in 시인의 숨결 | 0 comments

 

‘그리움의 동의어’ -김삼환

새벽 풍경 지켜보는 새라 해도 좋겠다
내 몸 안에 흐르는 강물이면 어떤가
산책로 비탈에 놓인 빈 의자도 좋겠다

버리기 전 세간 위에 지문으로 새겨진
눈물 흔적 비춰보는 달빛이면 또 어떤가
그날 밤 술잔 위에 뜬 별이라도 좋겠다

깨알같이 많은 어록 남겨놓은 발자국에
비포장 길 얼룩 같은 달그림자 지는 시간
빈 방을 돌고 나가는 바람이면 더 좋겠다

 

[온형근의 詩視時]
그리움을 닮아 있는 날들이 있다. 종일 내내 그리움일 수 있는 그런 날들도 있다. 나의 그리움은 연말부터 시작되어 매일 茶禮를 올리는 것으로 이르렀다. 오늘은 녹차를 우려서 정결하게 올린다. 이제는 혼자 사니까, 속으로 뇌이는 게 아니라, 겉으로 중얼대며 말한다. 아버님과 어머님의 호칭을 매일 달고 사는 것이 된 셈이다. 나라도 불러 주어야 할 ‘그리움의 동의어’이다. 첫 차를 우려 올리고, 나가고 들어오는 모든 일에 ‘어머님, 아버님’을 일상에 호출하기에 이르렀다. 이게 뭔가, 그리움을 볼모로 내 중얼거림을 덮고자 하는 음모일 것이다.

(2019. 1. 12. 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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