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겆이

Posted by on 1월 27,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하기 싫은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어느새 제 궁궐을 짓는다.

쌓이는 것들의 면목에 싫은 표정이 있어

두 번 다시 곱씹기도 싫은 선언이라도 살아

포개지듯 아랑곳 없이 와 닿는 게 놀라워서가 아니다.

이죽이죽 거들먹대는 이면 계약이라도 있는걸까

한눈팔다 보면 금세 가득 쌓여 이글이글 노려본다.

잘못했다 실수였어 뒤늦게 허둥대며 질끈 대들면서

마뜩찮고 거슬리며 싫증나는 일일수록

뜨거울 때 두들기는 수행으로 다가서야겠다고 

겹치고 쌓이고 몰리는 도깨비를 지성으로 모셔야겠다고

하기 싫은 일부터 도道라 여겨 있는 정성 다하면

나머지 와닿는 기꺼움은 한결같이 빛나는 갈채일 것을

아침 차 공양으로 하루를 열듯이 그렇게

 

 

-온형근, ‘설겆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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