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파

Posted by on 2월 27,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외롭고 긴밤 어찌어찌 넘긴 셈

허위허위 털어내며 큰 기지개 세포 부빌 때

정적은 금강 줄기처럼 길게 이어지고

물줄기 엎치락뒤치락하더니

강가 호안의 뭇설음에 꿈틀댄다.

저러다가 그러다가

이리저리 원만한 주름하나 더하겠다.

 

새로 그어진 강기슭 너울에 휘청대고

실루엣으로 얕은 옷자락 풍파로 지벅대니

두루미 한 마리 오래된 딴청으로 눈초리 멀다.

이쪽 마음 추렴하니

깊고 아득한 소실점처럼 사라져

물 온도 들락대며 강가 섶을 쑬더니

꼬리 드러낸 움직임의 기미를 알아챈다.

 

표 나는 일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자명함이라 

부옇게 일어나는 기척으로 안개를 피워낸다.

밤새 안녕,

기침하는 금강 강둑 어귀로 서성대며

갯버들 수런대는 연초록 속삭임에 닿아

이내 흔적 없이 갯버들로 떨고 있다

안개 반 갯바람 반 율격으로 부치다 보면

새벽녘 선명해지는 외롭고 긴밤

오체투지로 닳고 흔들릴 때마다

예각은 강가 구름 문양으로 숨는다.

 

 

-온형근, ‘풍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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