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근심과 설렘

Posted by on 4월 25,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익선달,

어제 밴드에서 올려준 ‘소렌토 오 솔레미오’와 함께 보낸 사진, 다운받아 확대하여 보니 그쪽도 물안개로 촉촉한 항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네. 지붕이 울긋불긋,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구도시 풍경이 고적하여 사람의 냄새가 가득하였고. 평양 대동강변에 늘어진 버드나무같은 풍경이 아니어서 조금은 흙냄새가 그리워질 수는 있겠네. 해서 조선 전기의 서거정이란 거인의 봄날에 대한 시를 찾아 끄적여보았네. 

사진 한 장 보냄으로써 외유의 존재성을 알린 것으로 보아, 익선달이 귀국을 즈음하여 있음을 알겠네. 세계가 어디에 있든 별다른 게 있을까마는. 나는 어제 한의원에서 무릎 통증 치료차 온열치료, 침과 뜸과 발목펌프까지 일련의 그 병원 시스템에 기대어 돌아왔지만, 돌아서자마자 걷기 힘들게 통증이 더 심해졌네. 아예 전등을 대낮처럼 켜 놓고 일을 했을 정도였으나, 아침에 쪽잠을 통해 지금까지도 무릎은 더욱 심해져 걷는게 절룩일 정도일세. 시간이 병을 치료하는 것인지, 치료시기를 놓치면 고칠 수 없는 것인지 항간에 떠도는 말들 역시 믿을 게 없네. 익선달과 양촌막걸리드라이를 놓고 주고받는 酒談이 차라리 고급스러운 세간의 일일 것이라 믿네.

서거정의 시의 제목을 나는 봄의 근심과 설렘이라고 뽑았네. 옥처럼 반짝이던 매화는 시들고 이제 금빛으로 물들며 수양버들 연초록과 암수술이 뽐내는 때를 노래한 것이네. 작은 연못도 봄기운을 받아 이끼보다 더 푸르니, 왠지 모르게 봄이 오면 생기는 그 시름과 설렘으로 어쩌지 못하는 마음을 담았네. 이역에서도 오고가며 좋은 풍경을 담겠지만 대한민국의 정서만 하겠는가. 나는 요즘 들어 더욱, 이 강산의 곳곳이 모두 보물인 것을 더욱 아리게 바라보고 있네. 구석구석 사람들이 살고 있는 모든 곳에 봄의 근심과 설렘이 서려 있음을 느끼곤 하네. 묘하게도 서거정이 68세를 살고 몰하였건만, 몰한 다음해에 화담 서경덕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놀랐네.

나는 요때마다 오래된 직업병처럼 여기저기 아프네. 나무를 캐서 옮기고 새로 심고, 이 밭에서 저 밭으로 팔려나간 자리를 다시 정리하는 일이 거의 5월, 6월초까지 계속 이어지는 그런 시점이기 때문에 온 몸이 매일 같이 욱씬거리던 기억에 젖어 있네. 꽃이 피어도 얼굴 시커멓게 타도록 밭일에 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저녁이면 다시 막걸리로 갈증을 해갈하던 쳇바퀴였을 것이네. 제비도 아직 오지 않았고, 꽃 아직 안피었는데도 불구하고 봄기운에 연못물도 푸르고 버들가지도 연두색 금빛으로 물드는 그런 봄자락 끝이네. 어서 오게. 바로 부여로 오는 게 좋겠네. 그리하여 익선달의 외유 이야기나 나눔세.

-이천십구년 사월 스무닷새날, 月白이 ‘달집’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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