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즈음하여

Posted by on 5월 15,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화요일의 늦은 귀가에서 만난 내 친구 자작나무들이다.

풀깎기 이후 바닥 매끄럽게 흰줄기 돋보이는가 했더니,

한밤중에도 시원하다.

내일이면 분명 하루종일 세계의 문이 닫혀 있을 것이다.

약속이나 한 듯이 아무런 기척 없는 하루를 보낼 것이다.

1923년 2월 産, 양촌 양조장의 흔적을 살펴볼 일이다. 지금쯤 잘 익어 오늘 내내 훈훈한 하루를 이끄는 견인차가 될 것이 또렷하다.

매일매일 의미를 찾아 하루를 여는 일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상을 아무 의미 없이 넘기는 일은 또 다른 의미로 높은 경지일 것이다. 아무나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경계일 것이다. 그래서 꽤나 차원 다른 세계일 것이다. 그 세계에 잠시 흔적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한들, 무슨 말거리나 되겠냐마는, 그래도 오늘은  딸들이 아빠의 흔적을 더듬어 주어서, 오히려 고맙다.

아빠~~~^^스승의 날~~
우리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 큰 딸이 가족 단체방에 오전 6:59에 올린 인사말

寓居에서 지켜본 아이들이

나의 진정성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대단히 만족해야겠다.

내가 언제 지들을 애써서 가르쳤겠나만은,

그래도 안보는 척 하면서 본 것이 있나 보구나.

다른 산의 나쁜 돌이라도 내 자신의 옥돌을 가는 데 쓸 수 있다는 타산지석으로 삼았나보구나. 집안에 소홀한 아빠를 교훈으로 삼았나보구나.

남의 자식 맡아 기르느라 내 자식 크는 것도  몰랐건만, 어느새 뭉클하게 기쁨이 닿는구나.

나도 어제 청주에 전화하여 옛 친구같은 선생님과 통화를 하였다.  만나서 사는 이야기 좀 나누자는 반가움과 근간의 소식을 나누었다. 조만간 뵙자는 말도 서슴치 않고 주고받았다.

그러고 보니 동방미인 한 통을 조만간 막걸리 동지로 지낼 확률이 높은, 존경하는 분께 전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깊어지는 것은 발효처럼 오래된 인간적 매력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볼 줄 알고, 받을 줄 안다는 것은 洪福이리라.

-이천십구년 오월 보름날, 月白이 ‘달집’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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