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면 아득하니 먼 곳

Posted by on 6월 18,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두어 시간은 금방이다. 눈 뜨면 현관문과 중문, 거실문 양쪽, 베란다 창문까지 활짝 열면 서재의 시작과 끝이 들판과 저수지와 산맥의 바람으로 만난다. 어떨 때는 컴컴한 새벽에 활짝 열더니, 오늘은 그나마 어슴푸레 민낯이 가려지는 시각이다. 스트레칭한다고 요가 매트로 다가서니 찬 기운으로 서늘하다. 이어 찻물을 올리고 끓인다. 중탕할 약을 꺼내고 환 1봉지를 찢어 세운다. 물이 끓으면 커다란 그릇에 한약을 포장지 채 넣고 물을 붓는다. 그사이 다시 물을 올려 끓인다. 이 물은 부모님께 올릴 차 공양을 위함이다. 발효환 한 줌을 입에 털고 쓴 탕약으로 가신다. 황차를 우려 정성껏 공양하고 나면, 이제 아침거리를 궁리한다. 그에 따르는 몇 가지 사항을 점검하고 몸을 꿈쩍거린다. 몸 꿈쩍거리는 것을 사람의 가장 최소 단위 활동이라고 했다. 꿈쩍거리는 것조차 싫다면 밥 먹을 자격이 없다 했다. “그렇게 꿈쩍거리는 게 싫어서 어떻게 살겠는가?”가 모든 이의 공언이었다. 누구나 그런 말을 하였고, 받아들었으며, 그러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꿈쩍대기 싫은 사람이 참 많았나 보다. 지금은 어떤가. 주말이면 꼼짝하지 않고 꿈쩍대지 않는 것은 과연 휴식이고 재충전일까. 아닐 것이다. 적당히 꿈쩍대는 삶이라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다. 여전히 찬 기운은 서재의 온도를 환기하여 아득하니 어디서 다가온 바람일지 모르게끔 섞인다. 아침으로 끼니를 이으면 씻기 전에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 강화 운동을 10여분 한다. 어제부터 아침 일정에 삽입하였다. 그렇게 씻고 나서야 책상에 앉아 일할 셈이다. 일하기 위해 새벽부터 꿈쩍대는 일이 참 많아졌다. 내가 정한 일이고 내 마음대로이니 즐겁다. 하루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치자. 익숙해지면 넉넉해지겠지.

-이천십구년 유월 열여드렛날, 月白이 ‘달집’에서 쓰다.

Print Friendly, PDF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