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옷 풀먹이기

Posted by on 8월 6,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8월의 작열을 집안에서 갈무리한다. 새벽4시면 일어나 들판의 파릇한 기운을 불러 모은다. 밤새 입안 걸쭉한 공기와 만나 수작한다. 창문과 문을 모두 열고 나면 양쪽 기류가 6시30분쯤 비숫해진다. 이때부터 7시 전까지는 담아 둔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모든 문을 닫고 갈무리한다. 그 사이 부모님께 차 공양 올리고, 관절 한약을 중탕하여 환약과 함께 복용한다. 반복되는 일은 귀한 존중이다. 일상처럼 녹아 별일 같지 않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거기에 모시옷 풀먹이기를 덧댄다. 풀을 쏘고, 어제 손빨래한 모시 속옷을 찾는다. 그렇게 치대고 털어서 샤워대 위에 널어 놓는다. 여름의 뽀송뽀송함은 풀먹인 모시옷 말고는 없더라. 가까이 들임의 이유이다. 좋은 친구에게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왔다. 오늘은 그 제안서를 읽고 의견을 개진해야한다. 오고 가는 일에 얽매이지 말자. 오는 것을 맞이하고 가는 것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늙은 노각 오이의 쓴맛처럼 쓰다가 달고 달다가 쓴 것이 맞이하고 보내는 일이다. 나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체중계 오르지 말자.

-이천십구년 팔월 초엿새날, ‘달집’에서 月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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