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핑계하다

Posted by on 11월 1,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짙은 안개를 베고 누웠으니 서서히 차가워지는 게다.

어딘가 닭 홰치는 소리

오늘은 동네 마실이라도 나가야 할 듯

초저녁 음주작파 혼절한 새벽

일찌감치 호숫가로 나서면

희뿌연하여 불투명한 혼자로 격리되는 아스라함 앞에

절체절명의 소망으로 중무장한 전사

마주쳐서 으르렁댄다.

막혀있어 흐려터졌다 했는데

외려 한줄기 빛만으로도 더더욱 환해지나 보다.

이때의 조도는 광명이어

우주를 통과하는 중인지 빠르고 강렬한데

매일이 앞뒤 없이 섞여 이도 저도 어중간한 뜨뜻미지근의 경지를 조롱한다.

얘야, 이르다. 어둡다. 좀 더 지켜보자. 묵히면 진짜가 사리가 된단다.

-이천십구년 십일월 초하룻날, 여언재에서 月白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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