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캐기

Posted by on 1월 11, 2011 in 출판물::기록문화 | 0 comments

나무 캐기 / 온형근

 

 

 

몸은 맑아지는 일에 쓰인다
단순하면서 반복되는 몸의 동작 속에
푸른 바람이 깊은 샘을 퍼올리는 섭생이 담겼다

 

바람은 나뭇잎 위로하며 편안하게 쏟아지고
몸 가득 파장을 일으켜 바르르 떨게 하고
손과 발은 저항 없이 몸의 파도에 쓸려
제 각각의 숨을 쉰다

 

그에게 쏟아지는 땀이
인자함 가득 채운 별들을 깨우고
별빛에 쏘인 간단명료하고 희열이던 몸이
우주에서 하나의 별이 된다

 

기척도 없이 젖어들어
대지를 끓게 하는 달아오름
너와 내가 서로 만나 발그레해지는 몸으로
나무를 캐서 옮겨 심는 일에는
깨달음이라는 별천지가 있다

 

환하게 피어오르는 얼굴의 미소가
세월 넘나들며 이룬 따스하여 그윽해진 웃음이
자비와 살아있음의 슬픔 넘어선
측은지심의 눈빛 같은 것들이

 

거기까지 닿지 않더라도
순간 일체의 잡스러운 생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밭일이
쉬고 비우며 내려놓는 화두를
말통으로 마시고 있는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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