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해목

Posted by on 1월 11, 2011 in 출판물::기록문화 | 0 comments

설해목(雪害木) / 온형근

 

 

 

이 악물던 옆 나무의 떨림을 삼켰고
가지 끝에 매달린 솔내음 일정한 운율로 파고들고
밑가지 위아래로 춤추는데
목덜미에서 쏟아지던 바람이 공기 터지는 소리를 내며
펼쳐진다

소나무 수관에서 빨래판 소리 나오고
가늘고 미끈한 가지 아찔아찔 스르르 내려와 무너지며
운다
날 선 바람의 손놀림이 숨죽이던 문풍지로 쌓여 정적이
깃든다
밑동으로 봉곳이 돋은 굵은 바람이 올라탄다

껍질은 부어터진 입술로 떨어지지 않는 가지를 나무라
면서
잎 끝 세운 바람의 여운에 살포시 포개진다
눈 온 후 부푼 가지와 잎의 내통으로
끽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당신을 낳는다

누가 더 소리 내어 울었는지
소나무도 밤을 새우며 고비를 건너고
끝도 없이 파고드는 고음과 저음의 파장에 놀라
꺼억 하고 속수무책인 가슴 하늘로 드러낸다
나뭇가지 끝 깨물며 걷어 올리는 수십 줄기로
햇살에 파닥이는 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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