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신작시

새로 쓰는 창작시, 출판 전의 초고 모음

추석 즈음

Posted by on 9월 11,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흰 속살 튕겨 내며

끝없이 이어지는 빗방울

소리 흠뻑 젖은 알갱이로

까만 밤 반짝거리는 풍금 선반

터질듯 농밀하게 늘어선 길가

좁아터진 처마선에 기대선 채

쳐다 보는 것은 추석 즈음,

팔뚝으로 달라붙는 파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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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은 드셨나요

Posted by on 7월 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궁남지 연꽃 벌어지는 소리는 한여름 넋두리

시절의 품격이라 흔들리는 잎새 바짝 조여

이른 들판의 수런댐을 좋이 불러들이는 일

 

연화문 활짝 열어 거실로 안방으로 영접한

툇마루 창문을 냅다 열어젖힌 서늘한 공기층으로

일출은 숫기 없이 나올 듯 말 듯 발갛게 피어오른다.

 

집집이 문을 열고 도란대는 순간 열리는 슬픔

슬픔이 아름답다고 거듭하니 죄다 알짝지근한

뭉그러진 노을을 양도하느라 어슴푸레한 새벽

 

우주였고 한 조각 구름이었던 그리움은 가라앉고

그립다는 웅성거림은 순박하여 남부끄러운 줄 모른다.

쌀 씻어 아침거리 두둥둥실, 살아내야지

끼니는 굼적거리며 다가서는 별안간의 접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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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울대

Posted by on 6월 20,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구증구포 녹차를 우린다.

그때 그 주전자와 잔을 꺼내 살포시 온도를 식혀서 

엄지로 차호 뚜껑을 누르던 게 검지로 바뀌었다.

식전 녹차는 속을 깎아낸다는데 목울대 울린다.

뭐라는 거야 언어로 조탁 되지 않은 울먹임

어두운 동굴같은 목구멍에서 꿀꺽꿀꺽 넘기다

말이 터졌을까

얼마나 많은 목 울림을 접고 날려서 그대의 말과 내 말이 섞어졌을까

목욕재계하여 새벽 서너 시까지 구증구포 수제 차를 만들었다면

저것은 값을 매길 수 있을까

오이지 하나를 얇게 썰어 물에 담그면

육신을 닮은 짠 내로 퍼지는 아득한 깊이에

뜨거운 밥 한 공기 퍼 담아

우두둑 넘길 때 꺼이꺼이 목청을 간질이는

이때의 온도가 녹차의 온도일까

두 소리가 만나 내는 공명은 어림잡아 몇천 년 이후

접어야 울리는 성대로 울룩불룩 꿀꺽 넘기거나 삼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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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Posted by on 6월 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모든 것은 지나간 시절에 있다. 김천에서 내릴 진주행 열차를 기다리며 의자에 어둔하게 앉으면서 지팡이를 올려놓았는데, 하필이면 오른 무릎 안쪽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우주가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깊고 아득한 아픔이 근원을 파고들며 울렸다. 아버지는 이것을 스테크라고 불렀는데,

순간이지만 한참일 혼미함은 이승을 칸막이한 채

곧 다가올 열차에 탑승하고자 움찔대며 일어난다.

절룩대며 어깨에 가방끈을 걸치는 사이 사람의 물결

주춤대며 이끌리다 떠밀리다 머뭇대는 간격만큼

한 가닥의 힘줄이 끊어지듯 찌릿하게 다가서는 계단 위로

서로 다르게 이어지는 통로 좁은 행로로 지팡이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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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소리를 내다

Posted by on 5월 2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내 모셔야 할 것들 많아지니

무거웠으리라

퇴관은 그 사이에 스며들었고

여태 부조리한 아픔 비슷한 방문 형태가

한꺼번에 퇴관의 요로로 급물살을 이루었다.

슬퍼할 틈도 마련되기 훨씬 이전에

차곡차곡 쌓여 포효하듯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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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 음풍

Posted by on 5월 16,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내일이면,

다짐처럼 입술 깨물었으나

숨 고르며 다가오는 건

필압처럼 사각대는 긁힘의 곡절.

한달음에 다가설 수 있는

날개 달린 백마를 부려

꿈속으로 스미는 수밖에

‘어허’ 비슷한 발성 구조로 고삐 당기는데

 

또 헛헛한 깊고 그윽한 나그네를

두리번 찾는 동안

서산 해넘이에 잠시 

아차,

목말라 혀 뺀 채, 저 눈망울 촉촉한

길고 먼 여정.

날개 꺾인 백제의 슬픈 표정

내 친구 백마와 막걸리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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