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신작시

새로 쓰는 창작시, 출판 전의 초고 모음

풍류 단상

Posted by on 4월 4,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밥 차려야겠다.

살아야 풍류를 맞이하지.

내가 살져있어야 봄바람이라도 쐬지.

그래야 풍류가 살랑대며

속 깊은 우물에서

한 바가지의 깨달음을 길어 올리겠지.

살고 느끼고 피고 지고 하다 보면

그게 풍류였다고

훗날 껄껄 웃으며 숨결을 놓겠지.

Read More

봄 탁주

Posted by on 3월 11,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봄비에 젖는 것은

올려 놓은 국거리를 태워 보니 알겠다.

 

먼 그대가

가까운 탁주만 할까.

 

촉촉하다는 것은

저 밭도 내 마음도

흔들리는 거다.

 

혼쭐나게 다잡는다고

해토의 비의를 알까.

 

-온형근, ‘봄 탁주’, 전문

 

Read More

풍파

Posted by on 2월 27,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외롭고 긴밤 어찌어찌 넘긴 셈

허위허위 털어내며 큰 기지개 세포 부빌 때

정적은 금강 줄기처럼 길게 이어지고

물줄기 엎치락뒤치락하더니

강가 호안의 뭇설음에 꿈틀댄다.

저러다가 그러다가

이리저리 원만한 주름하나 더하겠다.

 

새로 그어진 강기슭 너울에 휘청대고

실루엣으로 얕은 옷자락 풍파로 지벅대니

두루미 한 마리 오래된 딴청으로 눈초리 멀다.

이쪽 마음 추렴하니

깊고 아득한 소실점처럼 사라져

물 온도 들락대며 강가 섶을 쑬더니

꼬리 드러낸 움직임의 기미를 알아챈다.

 

표 나는 일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자명함이라 

부옇게 일어나는 기척으로 안개를 피워낸다.

밤새 안녕,

기침하는 금강 강둑 어귀로 서성대며

갯버들 수런대는 연초록 속삭임에 닿아

이내 흔적 없이 갯버들로 떨고 있다

안개 반 갯바람 반 율격으로 부치다 보면

새벽녘 선명해지는 외롭고 긴밤

오체투지로 닳고 흔들릴 때마다

예각은 강가 구름 문양으로 숨는다.

 

 

-온형근, ‘풍파’, 전문

 

Read More

매일 다례茶禮를 올리다

Posted by on 2월 1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매일 다례를 올리다

 

어떤 날은 천지신명이고 매일 매일 두 분이어서 출타 아닌 날은 그리 더불어 나눈다 먼 길 다녀 오면 도란도란 살피고 베풀라 한 만큼의 찻잔이 그어져 있으니 내심 기쁜 마음 풍만하여 천상의 육성을 연주한다 대청마루 저쪽 끝 글방을 가로질러 내심 쫑긋거리며 달싹달싹 청취한다 참으로 벅차고 아득하여 어제만큼 오늘이 매일이 흐뭇하고 환하다 기어이 지상을 딛고 있는 당위를 채워 걸고 부호를 보낸다 의전이고 법도여서 스스로 걸친 단독자의 억류를 푼다 차 한 잔의 해갈이어 다디달다

 

 

-온형근, ‘매일 다례를 올리다’, 전문

Read More

요량하다

Posted by on 2월 12,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국운이라고 운운하던 그 때, 과연 그런게 있을까 하면서도 기대감 한 편에 켜로 쌓아 둔 적 있었지. 그런데 까맣게 잊고 있던 그 운이 다시  고개를 들고 다가왔지. 해서 나름대로 정성 다해 기리고 치성한다고 나섰는데, 그게 뭐라고. 실룩대며 이죽거리고 삐죽댈 때까지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 그러다가 헤아려 보곤 놀라고 자빠지는거야. 아무리 해일같은 큰 복이나 운도 이를 받아 들일 수 있는 요량이 없이는 소용없는거야. 갈피 잡지 못하는 아득한 일상에서 조금도 광명을 헤아릴 수 없는 매일을 엮어가면서, 무어 복이고, 운이고, 좋은 날일까. 대접하면 뭐해, 밥상머리에 다가오지도 않는데. 주면 뭐해, 예를 흐트러트린 채 날이 채 밝지도 않았으니 허공이 암담으로 캉캉댄다.

Read More

너의 매화와 나의 매화

Posted by on 2월 11,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좋다, 좋아

한 입 가득 매화 향 물었으니

너는 관여할까.

하도 자존의 세한에 기댄 엄동설한이라

꽃피는 순간까지 우겼다.

끽해야, 겨울 목덜미에서 머물고 있는 말

우수 전에야 소문이라 확인한 채

남도에 핀 매화를 탐내고 있다, 이쪽 사람

여기는 여전히 꽃망울도 여물지 않았네

그래도 분별한다.

겁나게 금방 풀어질 것을

말하면 뭐해, 다시 터놓을 것을

해마다, 계절마다, 절기마다

날마다

너의 매화, 나의 매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