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신작시

새로 쓰는 창작시, 출판 전의 초고 모음

스테크 또는 지팡이

Posted by on 6월 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김천에서 내릴 진주행 열차를 기다리며 의자에 어둔하게 앉으면서 아버지는 이것을 스테크라고 불렀는데, 모든 것은 지나간 시절에 있다 하다가 하필이면 스테크가 오른 무릎 안쪽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우주가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깊고 아득한 아픔이 근원을 파고들며 울렸다.

순간이지만 한참일 혼미함은 이승을 칸막이한 채

곧 다가올 열차에 탑승하고자 움찔대며 일으킨다.

절룩대며 어깨에 가방끈을 걸치는 사이 사람의 물결

주춤대며 이끌리다 떠밀리다 머뭇대는 간격만큼

한 가닥의 힘줄이 끊어지듯 찌릿하게 다가서는 계단 위로

서로 다르게 이어지는 통로 좁은 행로로 지팡이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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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소리를 내다

Posted by on 5월 28,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내 모셔야 할 것들 많아지니

무거웠으리라

퇴관은 그 사이에 스며들었고

여태 부조리한 아픔 비슷한 방문 형태가

한꺼번에 퇴관의 요로로 급물살을 이루었다.

슬퍼할 틈도 마련되기 훨씬 이전에

차곡차곡 쌓여 포효하듯 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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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 음풍

Posted by on 5월 16,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내일이면,

다짐처럼 입술 깨물었으나

숨 고르며 다가오는 건

필압처럼 사각대는 긁힘의 곡절.

한달음에 다가설 수 있는

날개 달린 백마를 부려

꿈속으로 스미는 수밖에

‘어허’ 비슷한 발성 구조로 고삐 당기는데

 

또 헛헛한 깊고 그윽한 나그네를

두리번 찾는 동안

서산 해넘이에 잠시 

아차,

목말라 혀 뺀 채, 저 눈망울 촉촉한

길고 먼 여정.

날개 꺾인 백제의 슬픈 표정

내 친구 백마와 막걸리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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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 단상

Posted by on 4월 4,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밥 차려야겠다.

살아야 풍류를 맞이하지.

내가 살져있어야 봄바람이라도 쐬지.

그래야 풍류가 살랑대며

속 깊은 우물에서

한 바가지의 깨달음을 길어 올리겠지.

살고 느끼고 피고 지고 하다 보면

그게 풍류였다고

훗날 껄껄 웃으며 숨결을 놓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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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탁주

Posted by on 3월 11,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봄비에 젖는 것은

올려 놓은 국거리를 태워 보니 알겠다.

 

먼 그대가

가까운 탁주만 할까.

 

촉촉하다는 것은

저 밭도 내 마음도

흔들리는 거다.

 

혼쭐나게 다잡는다고

해토의 비의를 알까.

 

-온형근, ‘봄 탁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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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파

Posted by on 2월 27, 2019 in 시집/신작시 | 0 comments

외롭고 긴밤 어찌어찌 넘긴 셈

허위허위 털어내며 큰 기지개 세포 부빌 때

정적은 금강 줄기처럼 길게 이어지고

물줄기 엎치락뒤치락하더니

강가 호안의 뭇설음에 꿈틀댄다.

저러다가 그러다가

이리저리 원만한 주름하나 더하겠다.

 

새로 그어진 강기슭 너울에 휘청대고

실루엣으로 얕은 옷자락 풍파로 지벅대니

두루미 한 마리 오래된 딴청으로 눈초리 멀다.

이쪽 마음 추렴하니

깊고 아득한 소실점처럼 사라져

물 온도 들락대며 강가 섶을 쑬더니

꼬리 드러낸 움직임의 기미를 알아챈다.

 

표 나는 일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자명함이라 

부옇게 일어나는 기척으로 안개를 피워낸다.

밤새 안녕,

기침하는 금강 강둑 어귀로 서성대며

갯버들 수런대는 연초록 속삭임에 닿아

이내 흔적 없이 갯버들로 떨고 있다

안개 반 갯바람 반 율격으로 부치다 보면

새벽녘 선명해지는 외롭고 긴밤

오체투지로 닳고 흔들릴 때마다

예각은 강가 구름 문양으로 숨는다.

 

 

-온형근, ‘풍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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