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에스키스

나무 이야기 초벌, 스케치, 빛나는 정경의 순간 포착

빗속에 환하게 담장을 덮고 있는 진심의 나무

Posted by on 6월 24, 2018 in 나무의 에스키스 | 0 comments

1. 고개 숙여 친밀한 정감-03.찔레꽃

찔레꽃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원이다.

찔레꽃 향기 바람을 타고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텃밭의 찔레꽃

며칠 전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텃밭 시험지에 다녀왔다. 대학 때 샌드페블즈Sand Pebbles를 하던 후배의 근무지이다. 20여 년만에 만났다. 나는 그만큼의 세월을 동고동락한 또 다른 한 후배와 함께 갔다. 3명 모두 부부 동반으로 다녀왔다. 새롭고 기뻤다. 시험지에서 동분서주 연구하였을 후배를 생각하면서 기분이 남달랐다.
산림 실용화 이용에 관한 연구를 실천으로 옮기느라 노력하였을 후배의 시간들이 가슴을 저민다. 그의 세월이 내가 일궈 낸 학교에서의 포장 운영 경험과 맞물려 주마등처럼 빠르게 떠오른다.

“지금까지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뭐였지?”
혼잣말처럼 묻는다.
“나를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거였겠지.”
스스로 대답한다.

그와 나는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후배가 만들었다는 비오톱에 눈길이 머문다. 도랑을 끌어 모은 제법 큰 웅덩이다. 비오톱을 조성하여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를 만든 것은 멋진 일이다. 곳곳에서 생산되는 간벌목으로 곤충호텔을 만든 것도 수수하다. 그 뛰어난 미감이 아직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포지 경계 역할을 하는 통나무울타리는 그 자체로 곤충호텔이다. 그리고 돌로 쌓은 담장은 파충류의 겨울 근거지로 훌륭하게 이용되고 있다. 뱀은 크고 작은 바윗돌로 쌓은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낸다. 특히, 찔레꽃울타리에 꽂혔다. 무당벌레 등 작물 재배에 이로운 익충들이 군웅할거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생태를 조성하여 유지하는 것은 단시일에 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발길을 재촉하여 찾아다녔고, 하나의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을 보태고 익혀서 군불을 때야 가능하다.

후배의 시험지에서 참 많은 시사를 얻는다. 함께 간 또 한 명의 후배와 은밀한 눈짓을 교환하였다. 300평, 600평 하면서 어쩌면 둘의 눈빛에서 정년 후의 어떤 도발을 공유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간벌목을 일정한 간격으로 잘라 개켜 쌓아 공간을 구획하고 곤충호텔 역할로 이용하였다.

찔레꽃 향기 하나만으로도 청정해진다

그 향기에 들뜨기도 한다
어디에서 비롯되는 향기일까
그 근원을 궁금해 한다
어디에 뭉쳐 있다가 쏟아 내는 것인지
얼마나 긴 시간 속앓이를 하고 나서
내뿜는 향기일지
그의 처녀성에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순수함
그리고 은근히 빛을 내는 기품이
보면 볼수록 가슴을 저리게 한다
가까이 두고 오래 간직할 만하다
찔레꽃 향기 바람을 가로막는다
바람을 멈추게 하고 싶다

찔레꽃 향기 하나만으로도 청정해지는 느낌이다.

찔레꽃과 가뭄에 대한 사유

한국속담사전에는 “찔레꽃이리에 비가 오면 개턱에도 밥알이 붙게 된다.”는 말이 있다. ‘꽃이리’라는 말은 ‘꽃이 필 무렵’의 북한말이다. 가뭄을 많이 타는 늦봄에 적당히 비가 자주 오면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든다는 말이다. 찔레꽃이 피는 계절에 가뭄이 자주 든다. 가뭄이 드는 계절에 찔레꽃이 핀다. 그러니 찔레꽃이 비에 적셔 있는 날이 많아야 생활이 윤택해진다.

찔레꽃은 오래도록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서를 함께 하였다.

『이이화의 한국사』를 보면 ‘뿌리를 잃고 떠도는 하층민’의 <자작농 칠성이의 일기>에 자작농의 생활 수준을 알아보는 내용이 있다. 칠성이의 일기는 잡지 『조선농민』에 게재된 내용이다. 여기서도 찔레꽃에 대하여 “대추나무에 뿔나고 찔레나무에 꽃이 피거든 딸의 집에도 가지 마라.”고 했다.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나오지 않아 먹을 것이 궁핍한 봄철, 춘궁기의 어려울 때에는 너나없이 먹을 것이 부족하니 시집 간 딸의 집에도 방문을 삼가라는 말이다. 그러니 찔레꽃의 그 수수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슬픈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한국민속대관』에도 ‘찔레꽃 가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모심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음력 5월 하지夏至 전후 3일이다. 이때를 놓치면 늦모로 들어가서 적기를 잃게 된다. 또, 이때쯤이면 찔레꽃이 한창 만발한다. 이 무렵에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러 ‘찔레꽃 가뭄’이라고 짧게 단정 짓는다. 원망과 포기의 심정에 어떤 뜻 모를 결기를 담고 말하는 찔레꽃 가뭄이란 말은 이제 어떻게 살아야지 하는 긴 한숨이 슬프게 깔린다.
소리꾼 장사익의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는 애절하다 못해 처절한 정서로 슬픔을 건드린다. 먹을 것 없어 인간으로서의 고결함조차 입에 담지 못했던 한의 정서를 담아내고 있다. 춘궁기를 모르는 세대에게도 그의 정서는 한과 슬픔의 유전자를 들춘다.

 

찔레꽃은 담장을 덮어 무성하네

조긍섭의 『암서집巖棲集』제2권에는 비 오는 날 찔레꽃 풍경이 차분하게 그려진 시가 있다.

우중에 주자의 운으로 읊다 2수〔雨中 用朱子韻 二首〕

남풍이 싸늘한 비 내리게 하여 / 南風動寒雨
자욱하게 서쪽 정원으로 들어오네 / 靄靄入西園
안개는 수목을 감싸 어둑하고 / 烟雲棲樹暗
찔레는 담장을 덮어 무성하네 / 蒺藜覆墻繁
이때에 단정히 기거하는 사람 / 是時端居子
생각이 무궁한 데로 들어가네 / 思入無窮門
다만 띠 지붕 처마 아래 / 但聞茅簷下
그윽한 새 서로 지저귐이 들리네 / 幽鳥相與言
향기로운 난초가 앞 숲에 있으니 / 芳蘭在前林
푸른 잎 어찌 그리 무성한가 / 碧葉何蒨蒨
저 그윽한 향기를 풍겨 / 散彼馨香氣
이 빈 방에 스미게 하네 / 入此虛堂徧
내 사랑하노니 그 덕의 아름다움 / 我愛其德美
또한 사람 가운데 선비와 같음을 / 亦如人中彥
흉금을 열고 가서 찾으나 / 披襟往從之
그윽하게 홀로 처하여 볼 수 없네 / 幽獨無由見

ⓒ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 김홍영 (역) ┃ 2013

담장을 덮고 있는 찔레꽃이 빗속에 환하다. 앞 숲에는 난초가 그윽한 향을 내고 있어 고요한 풍경 속에 홀로 생각에 잠겨 있다. 음력 5월 초순에 찔레꽃이 피었고 마침 비가 오고 있으니, 농사짓는 이들 모두 기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대개 찔레꽃과 비는 이렇게 오래도록 나란히 사유되고 있는 낭만적인 꽃이다. 또 찔레꽃은 생명력이 강하여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생활 속 친근한 식물로 인용되고 분별된 것을 알 수 있다.

습지생태원 조성과 비오톱 환경에 적합한 찔레꽃 군락지

둠벙이나 묵논은 그 자체가 비오톱이다. 여기에 비집고 들어가 군락을 만드는 게 찔레꽃이다. 따라서 찔레꽃 군락지를 조성하여 습지생태원을 만들 경우 무당벌레 등 순환 작물 재배에 유익한 곤충의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 찔레꽃 군락이 중요한 자원식물로 식재 조성해야 하는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습지생태원에 도입 할 수 있는 식물종으로는 다음과 같이 집중도입과 일반도입, 잠재도입으로 구분한다.
·집중도입군 : 부들, 줄, 창포, 물달개비, 물봉선, 미나리
·일반도입군 : 갈대, 가래, 마름, 흑삼릉, 송이고랭이, 골풀, 돌피, 낙지다리, 물억새, 동의나물, 찔레꽃
·잠재도입군 : 버드나무류, 신나무, 참느릅나무, 참나무류, 찔레꽃, 조팝나무, 도루박이, 산조풀, 좀진고사리,뱀딸기, 으름덩굴, 새콩

찔레꽃 생울타리와 엄나무가 섞여 있는 무당벌레의 서식지

주연부나 척악지의 복원 수종

산림의 주연부는 식생다양성이 높고 풍부한 먹이자원 다양한 유형의 은신처로 그 가치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주연부는 곤충, 새 등의 동물에게 다양한 서식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다른 인근 지역에 비하여 생물다양성과 개체군 밀도가 매우 높다. 따라서 찔레꽃 군락지 연장 길이가 길수록 곤충 및 새에게 좋은 서식환경이 된다.

찔레꽃의 군락지의 연장 길이가 길수록 곤충 및 새의 좋은 서식처가 된다.

찔레꽃은 햇빛을 좋아하는 수종으로 척박하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추위에 강하고 맹아력이 우수하여 생장력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내습성이 뛰어나 습지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환경의 복원력이 강한 수종인 찔레꽃의 줄기는 끝이 밑으로 처져 덩굴성 수형을 형성한다. 전정에 강하고 가지와 잎이 치밀하여 산울타리용이나 입면녹화수종으로 적합하다. 초여름의 순백색 꽃은 향기가 좋고, 가을철의 붉은색 열매도 탐스럽고 전체적으로 야생의 멋이 있다.

찔레씨와 꽃과 뿌리를 약용으로 이용한다.

찔레꽃은 꽃과 열매, 뿌리, 새순,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이 약으로 사용된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찔레씨蒺梨子가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 찔레꽃의 꽃은 ‘장미화薔薇花’라 하여 이것을 잘 말려 달여 먹으면 갈증을 해소하고 말라리아에 효과를 볼 수 있다. 뿌리는 이질, 당뇨, 관절염 같은 증세에 복용할 수 있다. 열매는 불면증, 건망증 치료에 좋고 각기에도 효과가 있다.
안덕균의 『한국의 약초』에는 찔레꽃의 열매를 영실營實이라 하며  “맛은 시고, 약성은 서늘하다. 노인이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와 전신이 부었을 때 쓰고, 노인이 불면증으로 꿈이 많을 때, 건망증 및 쉽게 피로하고 성기능이 감퇴되었을 때에 유효하며, 피부종기, 악창에 활용된다.”고 하였다.

찔레꽃의 열매를 영실이라고 하는데, 맛이 시고 약성이 서늘하다고 한다.

조태동의 『한국의 허브』에서 찔레의 용도를 “약용, 염료용, 인테리어 소품, 포푸리, 차, 허브 가든에 쓰인다.”고 하였다. 열매는 꽃꽂이 소재로 사용하는데, 늘어지면서 분위기를 사로잡는 강한 주제를 표현하기에 좋다.
열매를 차나 탕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열매에 푸르스름한 기색이 조금 남아 있을 때 따서 햇볕에 바짝 말렸다가 이용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아예 8~9월에 반쯤 익은 열매로 그늘에 말려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도 물에 넣고 달여서 복용하는 게 좋다.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달여 먹는 것을 권한다. 말린 열매를 가루 내어 말차처럼 사용하여도 괜찮다. 꽃잎은 음지에 말려 포푸리용 소재로 쓰면 그 향과 멋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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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강인하여 쓸모가 많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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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개 숙여 친밀한 정감-02.싸리

작고 예쁜 노란 손수건의 가을

흔하지만 그 종류가 스무 가지가 넘는다

가을이면 작고 예쁜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는 들판으로 나간다. 싸리를 만나러 나선다. 가까운 곳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다. 산을 깎아 길을 만든 절개지 언덕, 공원을 다듬으며 만들어 낸 경사지 곳곳에 어쩌면 흙이 무너지지 말라고 심어 놓은 나무이다.

싸리는 눈을 호강시키고자 심는 게 아니라 특정 목적을 수행하고자 식재한 나무이다. 토목 공사로 벗겨진 토양을 고정시키는 데 매우 유용한 식물 소재이다. 싸리는 콩과식물의 전유물인 공중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싸리는 20여 가지가 넘는다.

싸리는 가까운 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꽃 피는 기간이 대단히 길다

싸리의 꽃은 예쁘다

한여름부터 피기 시작한다

꽃은 작지만 순수하고 소박하다

배롱나무만 100여 일 꽃이 피는 게 아니다

싸리의 꽃도 피는 기간이 그렇게 길다

꽃이 부족한 시기에 피어 꿀벌에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아주 세심하게 가까이 다가가 일삼아 바라본다 

붉은색 계통의 촘촘한 꽃이 나비를 닮아 있다 

나비를 닮은 붉은색 꽃이 좋아 한참 넋 놓고 쳐다보게 한다 

나비 모양의 붉은색 꽃이 한참을 보게 한다

나비 모양의 붉은색 꽃을 피우는 콩과식물의 싸리 속에는 싸리 말고도 조록싸리, 참싸리, 해변싸리 등이 있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것이 싸리, 조록싸리, 참싸리로 모두 잎 대궁 하나에 잎이 3개씩 달리는 3출엽이다. 조록싸리만 잎 끝이 뾰족하고 싸리와 참싸리는 동그스름하다.

싸리는 꽃대의 길이가 4~5cm로 잎보다 크고, 참싸리는 꽃대가 1~2cm로 잎보다 작다. 밑에서부터 많은 가지가 올라오는데, 자연스럽게 둥근 모양으로 자란다. 바깥 가지가 바깥을 향하여 자연스럽게 늘어지기 때문에 수형이 단정하다. 줄기나 가지는 겨울철에 반 이상이 말라죽는다.

내가 군대생활을 할 때에도 가을이면 일삼아 산으로 나가 싸리를 잘라 와서 겨울나기를 준비하였는데, 주로 싸리비를 만드는 일이었다. 마당을 쓸고 겨울 내내 눈 치우는 데 싸리비를 이용하였다. 묵은 가지를 잘라주면 새로운 가지가 더 많이 돋아나서 생육이 왕성해지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나비 모양의 붉은색 꽃이 앙증맞다

싸리의 다면적 활용은 생각보다 넓다

어릴 때 시골에서 집을 수리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벽체가 지금처럼 단단하지 않아 발로 차면 구멍이 나기도 했다. 어떤 집은 수수깡으로 엮었고, 어떤 집은 싸리를 엮어서 진흙을 개서 수리하였다. 물론, 수수깡보다는 싸리가 훨씬 단단하다. 실제는 소나무나 느티나무였지만 싸리나무로 기둥을 하였다고 전해지는 건축물이 있다. 담양 척서정, 울산 만정헌, 마곡사 대웅보전, 김천 직지사 일주문, 신륵사 극락전 등이 싸리로 만든 둥근기둥(두리기둥)을 사용했다고 한다.

싸리는 나무 줄기가 단단하고 탄력이 강하여 많은 생활용품에 사용되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싸리로 만든 빗자루이다. 전통 민속마을 답사를 가도 싸리를 엮어서 만든 문을 많이 볼 수 있다. 소쿠리, 지게 위의 발채, 물건을 담아 옮기는 삼태기, 곡식 고르는 키, 물고기를 잡는 통발, 고리, 채반, 도시락, 술을 거르는 용수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싸리는 베어지고 또 베어져 실생활의 갖은 생활도구로 되살아난다.

싸리로 만든 생활용품은 살림의 필수품

싸리로 만든 채반

이제는 잊혀져 만들지 않지만 만드는 방법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고리는 싸리와 대나무로 만들고 떡이나 엿 등을 멀리 보낼 때 사용한다. 싸리 껍질을 벗겨 잘게 쪼개 밑이 약간 둥그스럼하게 엮고 옆은 대나무로 처리하여 매듭한다. 결혼 후 사돈댁에 떡, 엿 등의 특별한 음식을 담아 보낼 때 쓰이므로 떡고리라고도 부른다. 다락에 얹어 놓고 떡이나 엿을 두기도 한다.

채반은 원형, 육각형, 사각형, 광주리형 등의 여러 모양이고 대나무나 싸리로 만들었으며 생선, 채소 등을 말릴 때 사용한다.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며 통기성이 좋게 만든다. 예를 들면, 지름 43㎝, 높이 10㎝ 정도로 밑은 납작하게 엮는다. 부침개, 부치미 또는 여러 가지 전을 일시 보관하거나 물에 젖은 음식 재료를 말리는 데 쓰인다. 삼태기 멍석이나 마당에 널려 있는 곡식을 고무래 갈퀴 등으로 긁어 담을 때 사용하는 용기이다. 싸리를 잘게 쪼개어 삼각 모양으로 뒤는 둥들게 엮고 앞은  납작하게 엮는다. 감자 따위를 캐서 담거나 큰 그릇으로 운반할 때, 멍석에 말린 벼나 보리 따위를 고무래로 긁어 담을 때, 잿간에서 재를 퍼서 수레에 실을 때 등 여러 가지로 쓰이므로 거의 모든 농가에서 비치하고 있었다.

나를 키운 것은 싸리 회초리다

필요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가 있는 회초리 역시 싸리로 만들었다. 회초리는 이제 물건 자체의 이름보다는 무언가 꼭 필요한 부분을 들춰서 꼭 집어 말하는 행태에 비유되기도 한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고을 원님이 되어 부임지로 가는 길에 싸리를 발견하고는 가마에서 내려 싸리에 대고 계속 절을 하였다. 주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이 사람은 자기가 고을 원님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은덕이기도 하지만 싸리 매로 맞은 덕분이기도 하다고 하였다. 싸리 덕에 열심히 공부하여 고을 원님이 되었으니 고마워서 자꾸 절을 한다는 것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게 해 준 매가 싸리였으니 절을 하고 고마움을 새기는 것이었다.

불에 타는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용맹하다

우리나라 활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계림유사』에 “궁을 활이라고 한다.[궁왈활弓曰活]”, “쏘는 것을 활 쏘아라 한다.[사왈활삭射曰活索]”고 기록한 것으로 보아 ‘활’과 ‘활 쏘아’는 우리 고유어임을 알 수 있다. 화살이 활 쏘아에서 유래하였다. 화살의 구조를 보면 몸체는 대나무, 오늬는 싸리, 깃은 꿩깃이다. 오늬를 싸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오늬는 ‘화살의 머리를 활시위에 끼도록 에어 낸 부분’을 가리키는 몽골어이며, 화살 윗부분을 말한다. 오늬를 활시위에 끼고 활을 당겨야 화살이 시위를 떠나 과녁을 향해 날아갈 수 있다. 이 ‘오늬’란 말은 몽골어 ‘호노’가 고려시대에 들어와 빌려 쓴 낱말이다. 국어사전에는 ‘오늬 목(木)’, ‘오늬 무늬’, ‘오늬 바람’ 등의 낱말도 실려 있다. 오늬 바람은 덜미 바람이라고도 하는데, 사대에서 과녁으로 부는 바람이다. 화살의 오늬 쪽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말이다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아시아편), 2009. 9. 16., 박문사].

싸리는 비중이 0.88이나 되어 단단하기가 박달나무에 가깝다. 수분도 다른 나무에 비해 적어서 불이 잘 붙고 화력이 강하여 땔감으로도 유용하다. 불에 타는 소리가 매우 시끄러울 정도로 용맹하게 불에 탄다. 그래서 싸리는 횃불로도 쓰였다. 『한국 역대 제도 용어 사전』에는 ‘축목杻木’을 ‘싸리, 횃불에 사용함’이라 했고, 『우리말 발음 사전』에 홰는 ‘새장, 닭장의 홰, 횃불을 켜는 싸리나 갈대 묶음’이라고 했다.

싸리는 땅을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일상에서 곁을 지키며 함께 소용되던 나무

싸리는 땅을 무너지지 않게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일상에서 소용되는 생활도구가 많은 것을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사람과 가깝게 사귄 나무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너무 흔하여 큰 대접을 받지 못했나 보다. 분명한 쓰임새와 분명한 용도가 있음에도 희소가치에 까탈스러움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만큼 번식력이 뛰어나고 집단으로 모여 군식의 효과와 함께 군락을 이루는 힘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적인 면만 가지고 싸리를 평가하기에는 가을 한 철의 노란색 단풍의 잔치는 안복이라 하기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누구의 시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연하다

서리 내려 숲이 사그라지기 직전의 싸리 단풍의 뽐내는 풍경에 취해 본 적이 있는가. 한번이라도 경험하지 못하였다면 지금 당장 들로 산으로 슬쩍 발길을 내디뎌 봐라. 어찌 저 나무를 싸리비로 소쿠리로만 평가하고, 절개지의 사면 녹화의 기능으로만 대할 수 있겠는가. 한 계절 특정 시기에 어느 누구의 시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연하게 노란 손수건을 매달고 있다. 바람에 휘날리며 꿈과 약속을 새겨주는 듯 하염없이 손짓한다. 가까이 다가가 마주하고, 돌아서는 내내 뒤돌아보게 한다. 멀어질수록 볼 만한 자연의 노란 물감이 풍경의 잔치가 되어 하루 종일 등이 노랗게 물든다. 가을 잎의 노란색이 봄꽃의 노란색보다 눈부신 것은 또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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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어린가지에서 숨김없이 드러내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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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개 숙여 친밀한 정감-01.영춘화

봄을 영접하다

봄의 실체를 먼저 만나는 방법

영춘화 화분을 하나 구했다

꺾꽂이 번식을 위하여 어미나무로 가져왔다

일단 집에 와서 거실에 두니 하루가 다르게 꽃망울이 꿈틀댄다

영춘화는 한자로 迎春花이다

봄을 맞이하며 환영하는 꽃이다

모리스풍년화, 풍년화,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등 

꽤 많은 나무들이 봄의 전령사로 이름 불리지만 

영춘화는 아예 봄을 노골적으로 이름에 넣고

내가 너를 따뜻하게 환영하며 맞이한다고 

봄의 실체를 명찰로 달고 있다

꽃은 노란색의 통꽃이며 각 마디에 마주 달린다.

어린가지는 녹색이고 네모나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노란색의 통꽃이며 각 마디에 마주 달린다. 이른 봄에 피는 개나리와 꽃이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꽃이 피는 어린가지는 녹색이고 네모진다. 보통 능선稜線이라고 부르는데, 모가 난 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개나리가 4갈래로 갈라진 통꽃이라서 골든 벨(Golden bell, 황금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영춘화는 6갈래로 갈라져 수평으로 퍼지는 넓은 깔때기 모양이다. 만리화 역시 노란색 꽃을 피우는데, 4갈래로 갈라져 뒤로 젖혀진다. 전체 수형을 보면 가지가 많이 갈라져서 옆으로 퍼지고 위에서 밑으로 처지는 성질이 있어 땅에 닿은 곳에서 뿌리가 또 내린다. 잎은 마주나게 달리고 3출엽이다. 가운데 달리는 작은잎이 측면에 달리는 작은잎보다 큰편이다. 끝은 바늘처럼 뾰족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이것이 일반적인 영춘화에 대한 식물학적 정보다.

1월 27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어린 가지는 네모지고 녹색이며 털이 없다.

재스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나 향기가 없다

영춘화의 학명은 Jasminum nudiflorum  Lindl.이고, 영명은 Winter  Jasmine이다. 학명이나 영명에서 재스민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향기가 없다. 포항에서 분재를 취미로 하는 매형에게서 얻어 온 화분이 거실에  앉자마자 꽃눈이 터지려고 한다. 첫 번째 찍은 사진의 날짜가 2009년 1월 27일 09시 54분이었다. 꽃눈이 제법 붉은 빛이 돈다. 아직은 이 꽃눈에서 노란색 꽃을 느끼기는 이르다. 그러다가 다시 이틀 후에 사진을 찍었다. 어린가지는 녹색으로 사각이고, 오래된 가지는 회갈색이었다.

2009년 1월 29일 출근 전에 07시, 07시 03분에 찍은 사진이다. 이미 노란색 꽃망울이 장하게 비집고 몸을 틀고 있다. 내일쯤은 꽃이 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정도다. 1986년 9월에 이천에 있을 때 이 나무와 만났으니 꽤 오래된 친구다. 그때 밭에 삽목하여 숱하게 심어져 있었다. 아마 분재 소재로 이용되는 나무였고, 실제로 지금도 분재 소재로 만들어져 봄 한 철 사람들의 봄맞이 기분을 들뜨게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것을 보듯이 생명력이 매우 강한 나무이다. 전년도 신초에서 꽃눈이 형성되어 이듬해 봄에 개화한다. 붉은빛의 꽃눈을 싸고 있던 껍질을 툭 치며 달려 나온다.

1월 29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꽃은 양성화이고 지난해 가지의 잎겨드랑이에 노란색으로 1개씩 핀다.

경사지 피복 조경용으로 적합한 용도

조경용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거의 지피식물로 이용할 수 있겠다. 약간 높은 지피식물이 되겠다. 하지만, 가지가 땅에 닿으면 곧바로 다시 뿌리를 내리므로 지면을 피복하는 데에는 적당하고 성질이 강건하다. 이른 봄에 노란색 영춘화 꽃이 집단으로 피었다면 얼마나 장관일까. 그렇게 군식으로 식재해야 할 나무이다. 삽목이 잘되므로 전년도 가지 삽목을 봄에 하거나, 여름에 새로 나온 녹지와 전년도 가지를 함께 붙여 삽목하는 방법도 있다. 큰 시설이 필요한 게 아니고, 노지에 직접 삽목하여도 번식이 잘된다.

영춘화 소재 개발의 유용성

이러한 좋은 소재를 재배하지 않는 것은 직접 조경용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거나, 조경 식재 환경에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재가 관목이다 보니 기르다가 많아지고 팔리지 않으면 다른 나무로 대체하기 위하여 버려지기까지 한다. 고집스럽게 영춘화를 다양한 품종으로 개발하여 영춘화의 꽃 피는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제대로 많은 양을 매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으면 영춘화를 특화하여 창업도 가능할 것이다.

영춘화를 조경용으로 식재할 때에는 경사지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영춘화의 꽃망울, 이제 시작이다

2009년 1월 31일 순천을 떠나기 위해 나서는데, 한 송이 꽃이 살포시 피어 나를 봐달라고 애틋하게 손짓한다. 꽃은 피었고, 꽃봉오리는 피려고 부풀어 있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저렇게 피려고 부풀어 있는 저런 상태에서 아름답다. 『주역』에서 말하는 건乾의 네가지 원리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원의 모습이 저 꽃봉오리를 닮았다. 원형이정은 사물의 근본 원리로 ‘원元은 크고 으뜸, 형亨은 발전하며 통하는 것, 이利는 얻음, 정貞은 동하지 않고 굳게 지킴’을 뜻한다. 또 ‘원’은 만물의 처음으로 봄에 속하고 인을 뜻하며, ‘형’은 만물의 성장으로 여름에 속하며 예의를 뜻하고, ‘이’는 만물의 이룸으로 가을에 속하며 옳음을 뜻하고, ‘정’은 만물의 완성으로 겨울에 속하며 지혜를 뜻한다고 괘효사卦爻辭에서 설명한다.

1월 31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실내

외출 후 궁금해지는 영춘화의 꽃

2009년 2월 1일 순천만의 갈대밭을 뒤로 하고 진주를 들른 다음 김천 직지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언뜻 영춘화를 생각했다. 긴 시간 돌아오면서 비몽사몽 몸이 쳐지고 긴장이 허물어지곤 했다. 다녀와 동기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곧바로 사진기를 찾았다. 순천만에서 필요했던 사진기를 이제야 챙겼다. 순천만의 겨울 사진은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아닌 게 아니라 외출 하루 만에 가득 피어 있는 영춘화를 만났다. 내가 영춘화를 영접하고 있었다.

2월 1일 즈음한 영춘화 분재, 화관은 넓은 깔때기 모양이고 갈라져 수평으로 퍼진다. 갈래조각은 도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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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책

Posted by on 1월 6, 2018 in 시집/신작시, 나무의 에스키스 | 0 comments

나는 기억 못한다.

지난밤 당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새벽마다 떠도는 영혼 머문 곳

그리고 더욱

언제 상처의 더께를 들쳐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혹시 취한 적 없었던 건 아닐까에

크게 원을 긋고 한 방 들락댔다.

맨날 쳐 마시니 기억나는 게 있겠냐고

그래서 그런가

친구도 길동무도

상기되지 않는 혼자 산책

 

 

-온형근, ‘혼자 산책’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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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전율도 일상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_화살나무

Posted by on 11월 4, 2013 in 나무의 에스키스 | 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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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숨에 무릎을 꿇고 허리를 곧추세웠다.
 
들숨으로 우주의 기운을 양손으로 모아
머리를 땅으로 구부리면서 포용하자마자
다시 날숨으로 손바닥을 하늘로 편 채, 머리 위로 떠받든다.
단전에까지 뜨거운 기운이 닿고 힘있게 원을 그리며 엄지손가락으로 꼭 누르듯 다진다.
이어지는 들숨으로 몸을 동그랗게 감았다가 펴면서
허리를 다시 세우며 바르게 무릎을 정돈한다.
중력으로 쉽게 가라앉을 수 있게 똑바로 세운다.
세 번째 날숨으로 손으로 땅을 짚고
몸의 중심을 발등으로 옮기면서
허리의 탄력을 통해 엄지발가락을 바로 하며 전체 발바닥으로 선다.
맞잡은 두 손바닥 노궁에서 뜨거운 게 용광로처럼 꿈틀댄다.
들숨으로 깊이 몸통을 부풀린다.
이렇게 1 배가 3번의 날숨과 3번의 들숨으로 108 배로 이어진다.
 
그 와중에 봄의 귀전우차가 떠올랐다.
화살나무 새순을 따다 차를 만들던 풋풋한 온기가 11월을 알린다.
10월에서 11월이 바뀌는 장면에서 화살나무 붉은 단풍을 만났다.
귀전우차를 처음 만들 때 얼마나 설레고 들뜨고
고맙고 안타까워 하며 애틋하여 행복에 도취했던가.
그랬듯이 붉은 화살나무 단풍을 만났을 때
그 붉은 정열적인 색상과 범접하지 못할 기품의 고독한 환희에
얼마나 전율하며 좋아했던가.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아무런 감동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할 것이다.
이미 감동은 일상에 묻혔다.
지나간 감동 또한 잊혀지고
새로운 감동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있을 것 같다고 다가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희망하는 사이 지나간 감동만 외상을 입는다.
더 이상 오지 않을 것들에게 미련하게 기대고 있는 한,
참으로 귀하여 아름답던 시절이 지워진다.
봄에 새잎과 새순으로 만든 귀전우차의 풋풋함도
저렇게 붉은 정념이 되어 뚝뚝 떨어지는 시위로
머리 속을 새빨갛게 물들게 할 것이다.
더 이상 무엇이 보일까.
매번 반복되는 일상 앞에서
계절이라는 것처럼
오고 가는 활시위처럼
무심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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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택 식물원에서 만나는 침묵

Posted by on 3월 2, 2013 in 나무의 에스키스 | 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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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나무 공부를 할 때 찾아다니던 곳은 수목원이었다. 수목원과 식물원의 차이를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고, 이름만 전해 들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찾아 다녔다. 광릉수목원, 천리포수목원, 한택식물원, 서울대학교 관악수목원이 그중 가장 애용했던 곳이다. 기억해보면 버스에서 내려 흙먼지 펄펄 날리며 배낭을 메고 양손에 카메라와 수목도감을 들고 다녔다. 나중에 아카데미에서 칼라사진 수목도감이 나와서 두꺼운 도감 대신 들고 다니며 속으로 가벼워서 좋다는 그 책이 지금은 걸레처럼 헐렁하다.
최근에 한택식물원을 다녀왔다. 아무래도 내가 다니던 풍경과 지형이 아니다. 가만히 생각하니 그곳은 영구 연구 보존 수목원으로 지정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었다. 자꾸 발길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공개된 수목원은 오히려 처음이다. 낯설다. 새로운 수목원이다. 머뭇대다 출입구에 들어서니 오른쪽에 가막살나무 군락지가 반긴다. 아직 봄이 한창이지 못한 기온이다. 간신히 싹이 나온다. 겨울 동안 긴 침묵을 가막살나무 검정 가지가 웅변하고 있다. 너무 긴 겨울이라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느라 보지 못했던 가지의 까만 울림이 마치 먼 산에서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자꾸 가막살나무를 쳐다보게 한다.
가막살나무 가지 속도 메아리의 공명에 떨려 비어있을 것이다. 살이 꽉 차서 물오를 때 탱탱해야 할텐데, 골다공증처럼 여기저기 구멍길이 나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 겉으로는 검정색 무채색으로 표정을 감추고 굳건하다 허세를 부린다. 그 속에서 환희처럼 유혹하는 새싹은 이 계절의 축복이다. 살짝 입술을 내민다. 누가 그랬는가, 입맞춤 앞에서는 세계가 고요하다고, 아름다운 날은 우주가 긴장하는 날이다. 가막살나무의 1년은 늘 화려하다. 꽃이 필때도 아름답고, 빨간 열매까지도 뽐낼만 하다. 그러니까 한택식물원 입구를 수놓고 있다. 그러나 겨울의 침묵을 이겨낸 오래도록 비경으로 숨겨 놓고 싶은 이 계절은 여전히 알려줄 수 없다. 정성스럽게 간직한다. 가막살나무의 어느날을.

(시인, 禪達茶會 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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