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차인

채근담 속에 차인이 산다. 채근담을 통하여 차인의 마음을 되짚어 보는 생활 속의 차인 산책.

채근담-前集_025. 바른 기운과 진심

Posted by on 4월 23, 2019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前集_025. 바른 기운과 진심

자랑하고 뽐내는 망령스러운 오만은
없지 않을 듯 객기만한 게,
항복하고 엎드려 얻는 객기여야
그 후에 바른기운이 펼쳐진다.

본성대로 하고자는 생각과 앎은
다되는 것으로 엮는 게 허망한 마음인 것을,
사라지고 없애서 허망한 마음이 다해야
그 후에 참된 마음이 나타난다.

矜高妄傲 無非客氣 
긍고망오 무비객기
降伏得客氣下 而後正氣伸
항복득객기하 이후정기신

情欲意識 盡屬妄心 
정욕의식 진속망심 
消殺得妄心盡 而後眞心現
소살득망심진 이후진심현

025. 正氣眞心
025. 정기진심
(025. 바른 기운과 진심으로 다가가는 길)

[차인 생각]

멀리 강진 백운동 庭苑을 다녀오려 했으나, 자신을 주변에 가둔다. 선생님이 2005년에 백운동 정원을 발굴하여, 그 공로에 대한 감사패를 받는 자리에 기꺼이 함께하려는 마음이 새벽부터 일어났었다. 백운동 정원 좋은 자리에 상서로움을 만끽하려 했으나, 화려 번듯한 기운이 오래 남을까 봐 그냥 마음으로만 축하하고 상상하기로 한다. 아픈 허리와 무릎관절이 운전에 혹사당하지 않게끔 마음을 다스린다. 생각과 앎을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가 항복하고 엎드리는 동안의 시간이 꽤 길었다. 생각나는 대로 되는대로 이끌리는 대로 물 흐르는 대로 그렇게 차인의 삶을 이어간다는 생각을 잠시 물리친 것이다. 하고 싶어 하는 의식의 허망함이라는 데에서 자연스러움과 대치되는 일말의 망설임이 생겨났다. 뭔가를 실행한다는 것은 억겁의 놓임에서 춤추는 것이어서 허망할 것일진대, 어찌 무엇으로 그 허망함을 다하여 사라지게 할 것이며 없앨거나. 바른 기운을 펼치는 것은 긍고망오하는 삶을 경계하라는 것이고, 진심을 나타나게 하는 것은 정욕의식의 발현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긍고망오거나 정욕의식이거나 이미 허망함을 내포한 것이어서 알면서도 당장 눈앞에 즐겁고 만져지고 달콤한 일로 가득하여 쉽게 나를 포기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인다. 백운동 庭苑, 또 다른 정기와 진심으로 만날 수 있으리라고 애써 자위한다. 아침차를 그윽하게 우려 마시는 동안 환하게 동이 튼다. 생각이 너무 많았으나, 잘 타협하며 버텨낸 지금이 지극한 경지라고, 바른 기운이고 참된 마음이 나타난 것이라고 한 단락 내려놓는다.

– 이천십구년 사월 스무사흗날, 月白이 ‘달집’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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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on 12월 7, 2016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前集_024. 더러움에서 나오고 어둠에서 생겨나는 깨끗함과 밝음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변해서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모양이 바뀌어 반딧불이가 되어
여름 달밤에 빛을 낸다.

진실로 깨끗한 것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은 것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남을 알 수 있다.

糞蟲至穢變爲蟬 而飮露於秋風,
분충지예변위선 이음로어추풍,
腐草無光化爲螢 而耀采於夏月.
부초무광화위형 이요채어하월.
固知潔常自汚出
고지결상자오출
明每從晦生也.
명매종회생야.

024. 汚出晦生
024. 오출회생
(024. 더러움에서 나오고 어둠에서 생겨나는 깨끗함과 밝음)


[차인 생각]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아무리 초심으로 낮은 겸허함을 지키려 하지만 때로는 주체하지 못하는 사이 저만치 다른 곳에 가 있게 된다. 다시 추슬러 되돌리는 게 순리다. 빠르고 정확하게 제자리를 찾는다. 너무 멀리 나가 있다 보면 되돌릴 곳을 놓친다.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딛고 선 자리를 확인한다. 하나를 지키려 또 새로운 하나를 만들지 않는다. 지금 여기서의 마음에 무게를 둔다. 얻어진 것은 털어내야 한다. 쌓이는 순간 적층의 인위적 기교가 나를 지배하려 든다. 그래서인지 내가 마시는 차는 반발효차인 한국인의 따스한 정을 느끼게 하는 황차에 머물러 있다. 혹여 이게 나를 주도할지 몰라 다른 차도 겸비하여 즐기지만, 기본에 충실하다. 황차로 시작해서 황차로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마음의 시작을 황차의 시간으로 채우고, 하루의 마감을 황차로 던다. 좋은 차가 넘친다. 중국차와 홍차의 세계도 현란하다. 경계하고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서 있는 자리를 황차로 여기기로 한다. 내가 직접 찻잎을 구입하여 집에서 만든 황차의 세계는 나의 노동이 가미되어 있다. 굼벵이의 더러움에서 가을바람에 이슬을 머금는 깨끗함이 비롯되고, 부패한 풀섶의 어둠에서 여름 달밤의 반딧불이의 밝음이 생겨난다. 노동이 그렇고 차 마시는 행위가 그러하다. 내가 조금 움직여 생각과 몸을 살피는 일이 고맙다. 살다가 이렇게 혼탁한 시절을 만난 적이 있었을까. 분명히 더 큰 깨끗함과 밝음이 예비 되어 있을 것이다.

2016년 12월 07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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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前集_101. 거짓과 망령됨은 증오와 부끄러움이다

Posted by on 12월 1, 2016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前集_101. 거짓과 망령됨은 증오와 부끄러움이다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이 진실 되면
여름에도 서리도 내릴 수 있고
운만 띄워도 성벽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
거짓되고 망령된 사람은
형체만 헛되어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을 뿐
참 모습은 이미 망해 사라졌으므로
사람을 대하면 얼굴도 증오하게 되고,
혼자 있을 때는
제 모습과 그림자에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人心一眞,便霜可飛
인심일진, 변상가비,
城可隕 金石可貫。
성거운, 금석가관.
若僞妄之人,形骸徒具,
약위망지인, 형해도구,
眞宰已亡,
진재이망.
對人則面目可憎,
대인즉면목가증,
獨居則形影自愧 。
독거즉형영자괴


僞妄憎愧
위망증괴
(거짓과 망령됨은 증오와 부끄러움이다. )

[차인 생각]

채근담으로 차인 생각을 풀어내는 일을 4년만에 잇는다. 순서대로 나가야 하는데, 훌쩍 뛰어 넘었다. 거짓과 망령으로 치달리고 말도 안 되는 구태로 난국이다. 어째 아무 제동 장치 없이 여기까지 흘러 왔을까. 제도이고 시스템이 국가이다. 이렇게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는 동안 그 제도와 시스템은 침묵하고 동조하고 스스로의 이로움만 챙겼을까. 그야말로 취급만 받던 시민의 총체적 궐기 외에는 아무 방법이 없었을까. 단말마처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 소리는 과연 소수자였을까. 깨어 있는 생각과 미래를 챙기는 지성은 지하에 갇히고 몽매한 구조적 기획만 난무했던 것이다. 겉모양만 사람의 형체를 하여 그럴싸하지 자신의 참 모습을 주관하는 정신은 이미 오간데 없다. 차를 마시는 차인에게 가장 소중한 덕목이라면 차를 대하는 진심일 것이다. 차 자체에 대한 진심에서 출발한다. 차를 마시는 찻자리나 사람은 부차적인 것이다. 오죽하면 혼자 마시는 찻자리를 가장 높게 여겼을까. 진심의 향방을 곧게 챙겨 보는 일이 차 마시는 일이다. 차 마시는 일은 곱게 늙는 길로 접어드는 일이다. 거기에 젊어지려고 예뻐지려고 하는 위망(僞妄)은 스스로에게 증괴(憎愧)라는 괴물을 선물하는 일이다. 어쩌다 세상 가득 괴물 천지가 되었는가. 자신의 참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괴물이 나타난다. 세상 곳곳에 숨어 있는 괴물은 거짓되고 망령된 꼭두각시를 반드시 찾아 나선다. 차를 마시면서 스스로 되돌아본다. 차에 대한 진심을 바라보는 일은 늙고 사라지는 일을 받아들이는 일과 행로를 함께 한다.


2016년 12월 01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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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前集_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Posted by on 7월 23, 2012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前集_023.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때는

너무 엄하게 꾸짖지 말라.

그가 받아서

감당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람을 선으로 가르치되

지나치게 고상함을 내세우지 말라.

그 사람이 듣고서

따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攻人之惡, 毋太嚴. 要思其堪受.

공인지악, 무태엄. 요사기감수.

敎人以善, 毋過高. 當使其可從.

교인이선, 무과고. 당사기가종. 

堪受可從

감수가종 

(감당할 수 있어 따르게 하라)

[차인 생각]

짧지만 강한 울림이다. 아무리 좋은 차라고 말해도 마시는 사람에게서 ‘좋네요’ 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왜 차를 내는 사람은 차가 좋은지를 말해야 하는가. 차를 내는 사람의 차는 늘 좋아야만 하는가. 시원찮은 차지만 버리기 아까우니 나눠마실 수도 있고, 음차 후 너무 자신에게 잘 맞아 권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감당할 수 없는 언행 앞에 놓이게 되면 차맛까지도 잃고 만다. 차에 대한 지식이 그렇게 중요한가. 차에는 호사의 저변이 흐른다. 차의 정신은 심오한 깨달음을 지향하지만 호사는 사람마다 다르다. 차는 마시고 음미하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통하여 내면의 나와 만나는 일이다. 구분과 식별과 편가름과 재편성, 그리고 다시 나누고 모으고 하는 비교의 대상은 아니다. 그럼에도 차인은 차에 목말라하기보다 차 지식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차를 크게 분류하고, 거기서 또 더 세부로 나누고, 나눈 후 세세부의 더 세세한 이야기까지 듣고 알려 한다. 감당하지 못하니 가히 흉내도 어렵다. 내가 아는 것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이렇게 차에 대하여 다가섰고 막혔을 때는 이러저러하게 풀어갔다. 가르치러 하지 말고 이르게 하게끔 안내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른 개인차를 극복하는 가르침은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따를 수 있게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개별 상황에 맞게끔 수준별 진도가 가능하게끔 눈 밝게 인도해주는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모든 가르침의 이치는 감당할 수 있게끔 상황을 안내해 주는 일이다. 그래야 가히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판단을 늦추고 그 마음 속에 들어가 심연의 고요가 출렁이는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어떤 계단은 가파르게 오르고, 어떤 계단은 폭넓은 계단참이 자주 나온다. 어떤 계단은 단높이가 낮고 어떤 계단은 단폭이 좁다. 사람마다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계단을 선택하고자는 심사가 있다. 어떤 형태이며 어떻게 진행되는 계단이든 오르고 있는 그 자체에 대하여 서로 말하게 한다. 그렇게 서로의 눈높이를 맞춘다. 그래야 감수가종이라 할 수 있겠다.

2012년 07월 23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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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前集_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 속에 날고 뛰는 기상

Posted by on 2월 25, 2012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前集_022. 머물고 잔잔한 마음 속에 날고 뛰는 기상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구름 속의 번개나 바람 앞의 흔들리는 등불과 같다.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불꺼진 재나 마른 나뭇가지와 같다.

모름지기 사람은 멈춘 구름이나 잔잔한 물과 같은 경지에서도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뛰노는 기상이 있어야 하나니

이것이 바로 도를 깨우친 사람의 마음이다.

好動者, 雲電風燈.

호동자, 운전풍등.

嗜寂者, 死灰槁木.

기적자, 사회고목.

須定雲止水中,

수정운지수중,

有鳶飛魚躍氣象,

유연비어약기상,

總是有道的心體.

총시유도적심체.

鳶飛魚躍

솔비어약

(솔개가 날고 물고기가 뛴다, 유유자적 속의 힘찬 활동 상태)

[차인 생각]

젊다는 것은 동적인 활력이다.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막힘없다. 그래서 보기 시원하고 신선하다. 삶은 그렇게 되풀이된다. 이렇게 좋은 움직임을 옛사람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수시로 곳곳에 장치를 해두었다. 마음속에 잔잔하게 흐르는 물 같은 마음, 숨이 막히는 고요함 속에 나를 찾는 내면 여행 등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만개했다. 실제로 그런 글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회자되고 있다.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요해지라는 말을 거는 것이다. 사실 움직임 자체가 사람에게 살아 있음을 증명해주는 일일텐데 왜 그리 고요해지라 건드리는가. 진화의 방향일 것이다. 움직임과 고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할 유전자로 작용하고 있다. 운전풍등이라 말했다. 사방 움직이는 구름 속에 또 수시로 번개가 내리치니 이건 얼마나 번잡하고 분주한가. 시작도 모르고 방향도 알 수 없는 바람이 부는데 그 앞에 또 왠 등불이 흔들리고 있으니 이건 또 얼마나 엎친데 겹친 격인가. 이런 게 호동자라는 말이다. 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게 젊음이다. 그런데 고요하면 사회고목이라 했다. 타다 남은 재와 마른 나무라는 말이다. 인생을 다 산 늙은이다. 생물학적으로 왕성한 젊은이를 그렇지 못한 늙은이를 대비시켜 뭔가 말을 만들고 있다. 고요한 여유로움 속에 힘찬 약동의 기상을 지니라는 말이다. 그 환장하도록 아름답고 눈물겹도록 신선한 젊음을 한꺼번에 태우지 말고 아껴 쓰라는 것이다. 그래야 도를 깨달은 사람이라는 게다. 도적심체(道的心體)는 연비어약(鳶飛魚躍)이다. 도의 마음과 도의 실체는, 멈춰 있어 보이는 구름 속에서 솔개가 날고, 잔잔한 물 가운데에서 물고기가 펄펄 뛰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커피를 좋아하고 차(전통차) 마시는 일에 등한히 하는 것도 이쯤에서 떠올려야 한다. 커피 등의 문화가 젊은이들의 동적인 생활패턴에 잘 맞기 때문이다. 인사동 오설록에 젊은이들이 차 한 잔 마시고자 줄을 서 있다. 나이 좀 들어보이는 사람들의 경우는 남녀가 함께 서있다. 이들은 왜 이곳에 서 있을까? 이미 관찰을 마친 차인은 이 현상을 두고 이렇게 체험만 하고 그 다음이 차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커피 수입액은 5억800만 달러였다. 오늘 날짜 환율로 계산하면 5천7백억이다. 커피 수입이 급증한 것은 국내 젊은이들에게 불어닥친 커피 열풍과 최근 3년간 51% 증가한 커피 전문점의 역할이 컸다. 보이차 신드롬을 거쳐 커피까지 꾸준한 이때,  대한민국의 차산업은 어디에 서 있는가. 움직임이 큰 인류의 원형질을 고요함의 차세계로 이끄는 콘텐츠는 없는가. 사회고목(死灰槁木)같은 고요함의 차세계를 움직임이 큰 운전풍등(雲電風燈)과 부딪치게 하여 고요함 속에 힘찬 활동의 상태를 체득하게 하는 콘텐츠가 차인에게서 나와야 한다.

2012년 02월 25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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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前集_021.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Posted by on 11월 17, 2011 in 채근담 차인 | 0 comments

채근담, 前集_021.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집안에는 참 부처가 있고

일상생활 속에는 참된 도가 있다.

사람이 성실한 마음과 화평한 기운을 지니고

즐거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씨로

부모 형제를 한 몸 같이 하여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하게 되면

이는 조식(調息) 하고 참선하는 것보다

만 배나 나은 것이다.

家庭有個眞佛,

가정유개진불,

日用有種眞道.

일용유종진도.

人能誠心和氣,

인능성심화기,

愉色婉言,

유색완언,

使父母兄弟間, 形骸兩釋,

사부모형제간, 형해양석,

意氣交流,

의기교류,

勝於調息觀心

승어조식관심

萬倍矣.

만배의.

和氣婉言

화기완언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차인 생각]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을 공부하는 데 분주하다. 마음은 하나인데, 마음에 이르는 방법이 너무 많다. 몸이 하나인데 가야할 곳도 많고 공부할 것도 많다. 청정한 마음이라는 것이 수시로 들락거리는 바람 같은 것이라서 느낄 때도 있고, 아예 느낌조차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길에 마음을 뿌리고 있다. 여행이 그렇다. 어쩌면 인생도 길 위에 있고 여행 역시 길 위에 있기에 마음 역시 길 위에 놓여 있는 게 사실이다. 길 위에 있는 것들이라 갈피를 잡기 어렵고 붙잡아 매기 또한 쉽지 않다. 그러니 산다는 게 바람처럼 종횡으로 시공간을 가리지 않고 흘러다니며 흩어졌다 다가섰다 느꼈다 사라졌다 한다. 이를 단정하게 불러들여 청결한 마음에 자리하고 그저 내 마음 늘 화평한 기운으로 가득하라고 한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로 평범해 지라고 주문을 건다. 늘 바쁘다고 종알거리면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다. 차 마실 여유가 없으니 마음을 들여다 볼 틈도 없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살펴보면 별 일 아니다. 스스로 만든 마음에 이끌려 다니느라 몸이 고생하는 형국이다. 가만히 차를 마시며 숨을 고르고 내면을 관조하면 괜히 종종거리고 다닌 것이 드러난다.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절간에만 마음이 있지 않다. 내가 생활하는 일상의 곳곳에 마음은 있다. 차 마시는 일도 그러했으면 싶다. 생활하는 모든 곳이 바르게 앉아 차를 마실 수 있는 동선으로 가득하였으면 좋겠다. 식당과 술집만으로 이어지는 생활의 동선에 차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상의 평범한 생활에서 마음을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음이다. 마음가짐을 성심으로 하여 화기를 모으고, 그 화기는 얼굴로 나타나 즐거운 모습과 부드러운 말씨로 나타난다면, 마음 공부하러 따로 여기 저기 기웃댈 일 없다. 화평한 기운에 부드러운 말씨의 출현 빈도와 차 마시며 마음 공부하는 빈도를 같은 축에 넣어 길을 걸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셈법이고 경제고 경영인 듯하다.

2011년 11월 17일. 온형근(시인, 캘리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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