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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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신비를 풀어내며

Posted by on 2월 12,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odong

|나무의 감성 009|

그리움의 신비를 풀어내며-오동나무 / 온형근

 

 

지상으로 오동나무꽃이 한창일 때
바닥으로 보랏빛 꽃망울도 떨어져
꽃물은 미친 듯 몸 밖으로 뿜어 나오고
후다닥 비 그친 맑은 양떼구름으로
큼직한 오동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를 바라보는 아침마다 그 길에서
그녀 닮은 꿈결을 아득하게 따라나서
한참을 머뭇거린 것은 그뿐이었다.

 

자리를 떠나지 못한 채 하늘로 그윽하게
끊임없이 그치지 않고 오동이 피어났고
가끔씩 먹구름은 큼직한 새잎을 흔들었고
자꾸만 가벼워지는 몸짓이 보랏빛 시샘임을
실타래 같은 숨결로 그리움은 깊어지고
차곡차곡 감기며 머금은 듯 안겨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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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과 붉은색 사이-느티나무

Posted by on 2월 6,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느티모음

|나무의 감성|

노란색과 붉은색 사이-느티나무 / 온형근

 

그 길은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물들어
뿌리깊은 느티나무 품어 안고 있었다.

낮밤이
서로 터지도록 부딪혀
뜨거운 속마음 활짝 열고 아늑하여
따스한 생각만으로 골몰해지는 사이
저만치서 신록으로 얼쑤, 단풍으로 절쑤
콕콕 찌르며 물들여 놓은 사물의 흥취

향기마저 기운 고르게 퍼져
선명한 빛을 뿜어 곱디 고운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익어 가는데
숱하게 지나가는 마을의 품에서
어쩌다 시들해진 삶을 뚫고
빛나는 시선 큰 그늘로 받는다.

노란색과 붉은색에 잠시 쉬어가는 가을이
시린 가슴에 가볍게 낀 채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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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소리-소나무

Posted by on 2월 5,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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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감성 012|

빛의 소리-소나무.01 / 온형근

 

중첩된 채색 빛의 소리 흐르고
소나무는 환청으로 다급하다
일관된 내숭과 시치미가 스며든
그가 만든 벽으로 계곡 물소리는
마음의 평화를 아끼는 영혼처럼
짙은 안개숲 영령을 부른다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것들
귀하게 여겨 놓치지 않는다
새벽 빛을 깨우는 플롯의 음률로
일어나지 않는 나무의 정령을 위해
그새 기지개를 펴고 솔숲 두런댄다

너울너울 굵은 몸짓
넘실넘실 어깨 들썩
잠들러 하거나 침묵이거나
어수선한 울림들이 반겨주는 맛
곰삭으며 이어질 때는 첼로로
어둑해진 숲의 빈자리로
새 몇 마리 쪼르르 뛰는 생동
부엉이 소리 닮은 콘트라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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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것 조차-신갈나무

Posted by on 2월 5,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singal_1

|나무의 감성 011|

바람부는 것 조차-신갈나무 / 온형근

 

이 근처였어
그가 걸터앉아 겨울을 풀어놓았던
바위가 없어지고
다시 몇 번의 겨울이 눈발로 지워지려 할 때
키만큼 커져 그를 가려주었던 신갈나무가

걸을 때마다
낙엽 밟는 소리에 놓친 세월이
훤하게 살아나 그러게
이 소리라도 지니고 싶었어
오래도록 느리게 자꾸 걸을 수밖에
이렇도록 단순한 율동이었어
폐사지 근처 신갈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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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구름을 긋는다-잣나무

Posted by on 2월 4,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나무의 감성 003|

흰구름을 긋는다-잣나무 / 온형근

 

 

새하얀 구름 보면서 짐작하였다
지친 나를 맥없이 잡아끄는데 어쩌라고

먹구름 낀 날은 사랑스럽다
자꾸 나를 하얀 구름으로 만드는 것을

허한 가슴과 눈길을 붙잡고는
거침없이 소나기 쏟아지는 날처럼
잣나무 숲 짙은 우울의 상승 기류
버틸 재간이라도 있었겠냐고

바늘 같은
잎 흔들려도 엄중한 숲길을 이루는데
산을 에워싸던 뭉게구름도
해겁게 가라앉을 줄 아는데

불그스레한 줄기 근처에 머물다 보면
파르르 몸 떨리는
서늘한 달빛이
억장 같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 걸

산줄기 당겨 와 두들겨 패대는
새파랗게 부풀어 올라
울부짖다 금방이라도 터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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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산성 화엄을 읽다-연

Posted by on 1월 28, 2013 in 시와 나무 | 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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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감성 015|

삼년산성 화엄을 읽다-연蓮 / 온형근

화엄,
동산에 달 뜨니
연꽃 수줍어 떨고
달빛 머금은
발간 생명
은은하게 더디게
걷는다
시집 |고라니 고속도로|, ‘삼년산성 화엄을 읽다’에서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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