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made in 6월 2nd, 2019

언덕에 홀로 서서

Posted by on 6월 2,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방학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할 때쯤이면, 어머님은 바빠지신다. 뭔가 챙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며칠을 분주하시다. 그럭저럭 날이 흘러 서울로 돌아가는 날에는 아침부터 약간 언덕이었던 집 마당 은행나무 근처에서 서성대신다. 그렇게 내가 한참을 걸어 나올 때까지 들어가시라고 손짓을 하여도 은행나무 줄기처럼 그렇게 쳐다보고 계셨다. 늘 코끝이 찡하여서 들어가시라고 하였지만 막무가내이다. 못난 놈을 못나라고 하지 않으셨던 게 어머님의 자식 교육 방식이었던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 못난 놈이 수원에서 부여로 운전을 하면서 졸리지 않으려고 틀었던 트윈폴리오의 노래에서 기어코 눈물샘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얀 손수건’이라는 노래를 계속 반복하면서 들었다.  ‘고향을 떠나올 때, 언덕에 홀로 서서 눈물로 흔들어 주던 하얀 손수건’ 부분에서 터지고, 또 터지곤 했다. 혼자 운전하는 중이라 마음껏 터지라고 두었다. 졸지 않고 왔지만, ‘달집’인 ‘여언재’에 와서도 어머님 모습을 떠올리며 ‘고향을 떠나올 때’와 ‘언덕에 홀로 서서’의 두 상황과 정경에 흔들렸다. 그래서 하여야 할 일을 앞두고, 슬쩍 추모의 정을 다독거린다고 했던 막걸리는 나중에 ‘주신’의 접신으로 걷잡을 수 없는 술판의 세계로 들게 되곤 말았다. 영접하였던 주신을 내보내느라 종일 몸살을 했으니, 거의 하루를 앓고 일어난 셈이다. 다행 퇴관 기간이라 궐련의 유혹은 넘겼으니 엄청나게 다행이다. 내게 ‘언덕’이라는 단어는 남다른 호소력을 지닌 감성의 총체이다. 좋아하는 또 하나의 어떤 노래에 산등성이 언덕의 이미지가 나오는 게 있는데, 지금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 노래 또한 어머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불렀던 적이 있었다. 뭐였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천십구년 유월 초이튿날, 退關이 ‘달집’에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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