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일상에게

Posted by on 8월 7,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일상이라는 게 여유롭고 한가해야 할텐데, 혼자 사는 사람에게 일상이란 여전히 몫이 많다. 눈 뜨면 자연 환기 위해 모든 닫혀 있는 것을 해체하고, 물 올려 끓이면서 밤 사이 서재에 흐르는 무의식을 달랜다. 한쪽 벽에 걸었던 모감주나무 액자가 떨어져 있다. 꿈이었는데, 어느 주점 한 모퉁이에서 조우하더니, 깜짝 놀라며 막사발 들이키더니, 매일같이 찾아 드는데, 어떤 날은 술이 동이나고, 어떤 날은 살이 올라 두툼하더니, 기어코 현실에서도 동티 나듯 바닥으로 떨어져 있다. 몸은 아득하니 먼데, 이렇듯 가깝게 현현하듯 새롭다. 깨진 액자 구석을 감싸주다가 새롭게 표구하려는 쪽으로 생각을 고른다. 2003년 가을에 제주의 한명섭 화백은 이 그림을 포함하여 몇 점을 전시하였다. 제주민속박물관 입구 동인갤러리였다. 그는 ‘돌과 바람의 화가’로 ‘떨리는 왼손’으로 화필을 잡고 화선지에 선을 그으며 이 작품을 완성하고는 다음해 3월 3일 작고하였다. 그의 유작 중 한 작품인 셈이다. 내년 3월 3일에는 이곳을 찾고 싶다. 일상에서 조심스럽게 소중한 생각하나 건진다. 그가 보고 싶다.

-이천십구년 팔월 초이렛날, ‘달집’에서 月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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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옷 풀먹이기

Posted by on 8월 6,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8월의 작열을 집안에서 갈무리한다. 새벽4시면 일어나 들판의 파릇한 기운을 불러 모은다. 밤새 입안 걸쭉한 공기와 만나 수작한다. 창문과 문을 모두 열고 나면 양쪽 기류가 6시30분쯤 비숫해진다. 이때부터 7시 전까지는 담아 둔 기운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모든 문을 닫고 갈무리한다. 그 사이 부모님께 차 공양 올리고, 관절 한약을 중탕하여 환약과 함께 복용한다. 반복되는 일은 귀한 존중이다. 일상처럼 녹아 별일 같지 않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거기에 모시옷 풀먹이기를 덧댄다. 풀을 쏘고, 어제 손빨래한 모시 속옷을 찾는다. 그렇게 치대고 털어서 샤워대 위에 널어 놓는다. 여름의 뽀송뽀송함은 풀먹인 모시옷 말고는 없더라. 가까이 들임의 이유이다. 좋은 친구에게서 함께 일하자는 제의가 왔다. 오늘은 그 제안서를 읽고 의견을 개진해야한다. 오고 가는 일에 얽매이지 말자. 오는 것을 맞이하고 가는 것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늙은 노각 오이의 쓴맛처럼 쓰다가 달고 달다가 쓴 것이 맞이하고 보내는 일이다. 나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체중계 오르지 말자.

-이천십구년 팔월 초엿새날, ‘달집’에서 月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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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居 양상에 대한 탐구

Posted by on 8월 1, 2019 in 與言齋::묵상 | 0 comments

7월 한달을 납작 엎드려 지낸 셈이다. 엎드리다 돌아눕고, 다시 비틀어 엎드리곤 돌아누웠다. 그렇게 빈둥거리며 시간 속을 여행하였다. 저 팔자 좋은 견공만큼은 못하지만, 나름대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생각 속에서 서성거렸다. 하루를 보내면 다음 하루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금방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쥐고 있는 게 없다. 쥘 수도 없고 펼쳐 보일 수도 없다. 배를 대지에 납작 기대어 오체투지하는 저 자세를 오래 기억할 따름이다. 저 경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게 8월을 맞이한다.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상의 경주를 위해 내 라인에 스타트 자세를 취한다. ‘팡’하고 터지면 냅다 출발하여야 할 참이다. 시퍼런 힘줄 내세울 정도는 아니지만, 정진할 따름이다. 어쩌면 엎드려 빈둥대듯 정진 역시 고르게 기웃대며 내디뎌야겠다. 미학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미학, 민족 미학 등에 대한 생각으로 충분히 쉬면서 나름대로 사색을 펼쳐 심지를 바로잡는 일이었다. 일단락 짓고, 8월 과제 하나 먼저 속도 있게 처리한다. 그러면 다시 적절한 시간 안배와 함께 어깨 짓누르는 것들 다시 찾아 올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리 저리 행간의 의미를 움직이면서 직접 생각하는 일상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쉬는 게 충분하였으니 받아 들이는 것도 열려 있으리라. 8월의 정진을 위하여 7월을 내어 준 셈이다.

-이천십구년 팔월 초하룻날, ‘달집’에서 月白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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